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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 천도재의 현대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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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8-12 14:14 조회2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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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백중은 불교에서 중요한 천도절이기도 하지만 일반 민간사회에서는 농절(農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전통 세시이기도 하다. 1979년에 전라남도 농촌진흥원에서 발간한 <농사속담집>을 보면 백중에 물 없는 나락은 가을 할 것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벼이삭이 한참 패기 시작하는 백중 무렵에 제대로 논에 물을 대지 못하면 한 해 벼농사를 망친다는 의미이다. “백중날은 논두렁 보러 안간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는 여름농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시점이라서 오뉴월에 고생한 일꾼들에게 하루 쉬게 하고 보양식으로 잘 대접했던 세시풍속을 볼 수 있다.

 

또한 백중은 세시 이전에 지구--태양의 위치가 일직선이 되고,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되는 이른바, ‘백중사리의 날이기도 하기 때문에 백중에 바다 미역하면 물귀신 된다는 속담도 있다. 해수면이 일 년 중 가장 높아지는 데다가, 조류가 빠르고,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바다 미역(해수욕)’을 하기에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속담인 것이다. 결국 백중은 불교의 우란분(盂蘭盆) 공양과 천도재의 습속이 전달되기 이전에 농촌과 어촌이 모두 하루 잘 쉬어가는 전통 명절이기도 했으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이 백중 하루를 그냥 쉬기만 했을까? 우란분 공양이나, 반승(飯僧)을 행하면서 불가의 스님들을 잘 대접했을 것이고, 민간에서 망혼(亡魂)이나, 천신(薦新)을 하면서도 새로 난 과일, 채소, , 밥을 차려서 사당에 올리고, 집안 식구들도 덕분에 잘 먹었을 것이다. 휴식이 있고, 맛난 계절 음식이 있는데, 당연히 백중놀이나 줄불놀이 같은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도 뒤따랐으리라. 결국 가장 더운 때, 쉬고 먹고 놀면서 지친 심신에 생기를 회복하고, 그동안 잊고 지냈던 조상을 위해서도 복을 닦았던 것이 전통 백중절의 의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 한국사회에서의 백중은 어떤 의미와 형태로 되새기는 것이 좋을까? 21세기 한국사회에서는 전국의 사찰에서 우란분 천도재혹은 백중 천도재등의 이름으로 현수막이 걸리는 현상을 볼 수 있고, 딱히 불교 신자 아닌 이들도 약간의 동참비를 내고 천도 명부에 돌아가신 부모를 올리기도 한다. 돌아가신 조상께는 공동으로 발원하는 천도의식에 설판 재자(齋者)로서 참여하고 기도 올리면 된다지만, 살아계신 조상께는 어이 해야 할까? 백중은 정말 망자에게만 해당되는 날일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불교의례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다시 새겨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교의 발생 및 존재 이유는 모든 중생이 안고 있는 근원적인 고통인 생사(生死)의 문제를 해결하려는데 있는 것이지 결코 망자의 천도나 명복, 즉 사후의 문제만을 기도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곧 진리의 구현이고, 천도재와 같은 의식의 설행은 그 방법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신도들이 정성을 바친 재시(財施)와 삼보의 무외시(無畏施)와 법시(法施, 법문)가 함께 베풀어지는 현장이 재의식인 것이다. 다시 말해, 천도재를 망자의 천도를 발원하는 의식, 즉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의식으로만 인식하지만, 사실은 산 자들도 재시(財施)라는 베풂의 수행과 삼보에 대한 예경, 어산의 법문을 통해 어떻게 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마음 자세를 다시금 새길 수 있게 하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동아시아의 음력 715일에 행해지는 망자천도의례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났으며, 그 종교적 성격 역시 도교와 불교, 민간신앙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리고 있었다. 고대 중국의 중원(中元), 남송 이래의 방하등(放河燈)’과 같은 천도의식, 무주고혼을 구제하는 의식인 시아귀(施餓鬼), 한국으로 전달된 이후에는 우란분 공양의 의미를 지닌 반승(飯僧)과 백중·백종(百種), 일본에서는 오봉(), 오쭈겐(中元), 세가키에(施餓鬼會) 등의 다양한 변용이 나타났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들 동아시아 삼국의 음력 715일 의례를 관통하는 유사성이 있다면, 공히 조상에 대한 천도와 망령의 구제에서 더 나아가 공공의 축제적인 성격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의 백중절은 농절(農節)의 의미가 강해서 농삿일 하는 머슴들에게 개장국으로 몸보신을 시키고, 새 옷 한 벌 지어 입히는 명절이기도 했다. 이는 일본의 우란분절에 해당하는 오봉 역시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신세지는 웃사람이나 은사님, 부모님께 선물을 보내고 엽서 등을 통해 계절 인사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는 백중의 동아시아적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우란분절 자체가 초기에는 망자들을 위한 공덕의식이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산 자들까지 공양의 대상으로 포섭해 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삼국에서의 음력 715일 행사에서는 죽은 자들을 위한 공양은 천도나 천신, 시식(施食)으로, 산 자들을 위한 축제는 반승, 봉오도리, 농경축제 등으로 행해졌던 것이다. 정리하면, 백중은 망자들을 위한 천도재일만이 아니라 산 자들을 위한 축제의 날이기도 한 것이다.

 

2024년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백중인 음력 715일은 양력 818일에 해당한다. 814일 경술(庚戌)일이 말복에 해당되므로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때라고 봐도 좋은 것이다. 그 더운 시기에 한 번쯤 살아계신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뵙거나, 사정이 안 되면 전화 혹은 메시지로라도 여쭙기 적당한 시기 아닐까. 죽음 이후의 문제는 설판의 정성과 의식의 공덕으로 해결한다지만, 살아계시는 조상에 대해서도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더위에 지쳐서 원기를 잃기 쉬운 계절이므로 한국의 사찰공양에서도 이 즈음에 연근이나 마, 들깨, 연엽채, , 두부 같은 재료를 활용하여 보양식을 제공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사찰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원기회복용 사찰음식 키트를 주문해서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께 보내드려도 좋을 것 같다. 요즘 온라인 마켓에서는 상상 이상의 재료와 조리법으로 온갖 음식재료를 키트 형태로 만들어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또한 상하지 않게 각자의 집으로 배송해주는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으니, 음력 7월은 그야말로 살아 계신 조상에게도 효도하기 좋은 시기 아닐까. - 출처-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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